안녕하세요 비블리오테카 구독자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레터를 준비하고 있는 저는 한길사의 마케터 핑구🐧입니다. (이름에 별 뜻은 없고, 어릴 때 핑구를 좋아했답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SNS에서는 들려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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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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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I 가을과 철학
이 책 어때 I <하이데거 극장>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근간 소식 I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숲의 인문학>
일상과 사담 I 가을을 마무리하는 완벽한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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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구는 사계절 중 가을🍂을 제일 좋아합니다. 가을을 타는 걸까요? 이맘때쯤엔 쉽고 정확하게 기대하고 덕분에 많은 것에 쉽게 감명받아요. 날씨가 선선해지니 조금 움직일 힘도 생기고요. 이것저것 많이 읽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니체는 가을을 영혼의 계절이라고 불렀습니다. 봄여름 동안 키워낸 많은 것들을 수확하고, 그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계절.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고, 저물어가는 한 해를 정리하는 계절.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풍성하게 해줄 사유도 무르익어 갑니다.
오늘 레터에서 소개할 철학자 두 명은 이 '사유'의 대가라고 불립니다.
'언어로 생각을 각인하는 노고'를 농부들의 세계에 빗대어 말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이를 인간의 기본적인 정신활동으로 이해했던 한나 아렌트인데요.
"모든 생각을 철저히 숙고하여 완성하는 일은 엄격하고 예리하지 않을 수 없다. 학문 작업은 세상과 동떨어진 기인의 노고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 작업은 농부들이 하는 일 한 가운데 속해 있다. 젊은 농부가 뿔 모양을 한 무거운 썰매를 비탈길 위로 끌고 가, 그 위에 너도밤나무를 잘라 만든 땔감 더미를 높이 실은 채 위험을 무릅쓰고 출발하여 농장으로 끌고 올 때, 목동이 깊은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이 돌보는 가축들을 비탈길 위로 몰아갈 때, 농부가 자신의 방에서 부지런히 짚을 이어 지붕을 덮을 이엉을 만들어 나갈 때, 마치 그때처럼 나의 작업도 이와 같은 양식으로 존재한다."_마르틴 하이데거
"사유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악이다."_한나 아렌트
깊어가는 가을에 피어오르는 철학의 시간🍂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 하이데거와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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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극장> 고명섭 지음 I 각 43,000원 I 한길사
★ 2023 만해문학상 특별상 수상 ★
★ 2023 롯데출판문화상 본상 수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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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는 독일 남서부 라인강 동쪽에 위치한 산맥으로, 독일어로 '검은 숲'이라는 뜻이래요. 60% 이상이 빽빽한 숲으로 이루어져 햇빛이 들지 않아 '흑림'이라고도 불리는데요. 1923년 가을, 하이데거는 프라이부르크에서 가까운 슈바르츠발트의 산자락에 조그마한 산장 하나를 짓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이 숲속의 오두막은 이후 50여 년 동안 하이데거 사상의 산실이 됩니다.
베를린대학 교수 초빙을 두 번째로 거절한 뒤 하이데거는 「창조적 풍광」이라는 글을 발표하는데요, 여기서 하이데거 자신이 묘사하는 산장과 주위의 풍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피어나고 저물어가는 네 계절의 위대한 흐름 속에서 시간마다 밤낮으로 변화하는 풍광을 경험한다. 산들의 중압감과 원시 암석의 견고함, 전나무의 의젓한 성장과 꽃피는 풀밭의 수수하게 빛나는 찬란함, 깊어가는 가을밤에 계곡의 시냇물이 흘러가는 거친 물소리. 이 모든 것이 서로 떠밀고 몰아대면서 저 높은 곳에서 매일같이 펼쳐지는 일상의 현존재를 통해 춤추듯 변전해간다.”
사유의 독창성을 향한 혹독한 내적 투쟁과 고유한 문체가 각인된 저작으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야망의 결과로, 하이데거는 어려운 철학서의 대명사인 <존재와 시간>을 펴내지만, 하이데거의 사상은 그가 매일 거닐었던 이 슈바르츠발트의 숲처럼 깊고 어두워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조차 접근을 쉽게 허락지 않습니다.
<하이데거 극장>은 하이데거라는 어두운 사상가의 광대한 내면에 펼쳐진 사유의 오지를 답사합니다. 저자 고명섭은 오랜 시간 하이데거의 작품들을 치열하게 읽어내며, 하이데거 사상의 핵심 문장과 구절들을 책 속에 그물망을 치듯 촘촘히 직조해냅니다. 지금까지 많은 전공자들이 해내지 못했던 끊어진 고리들을 기막히게 찾아 이어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하이데거 평전을 세상에 내놓은 것입니다.
🔍 저자 고명섭의 해석으로 만나는 하이데거의 문장들을 몇 가지 살펴볼까요?
"철학의 본질은 유한한 존재자의 유한한 가능성, 인간 존재는 이미 철학함을 의미한다." <철학 입문> (마르틴 하이데거)
신이 신인 것은 현실성과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것이 신 안에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은 가능성을 향해 자기를 기투할 필요가 없고 물음을 던질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철학하지요. 쉽게 말해 인간만이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자신을 던지는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염려하기 때문에 자기의 현재 상태를 넘어 미래를 향해 자기를 던집니다.
"오직 자신에게 진실로 짐을 지워줄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롭다."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 (마르틴 하이데거)
현존재는 무엇을 향해 자신을 결단해야 할까요? 하이데거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우리 현존재를 본래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참된 앎을 얻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향해 자신을 결단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우리가 본래적 실존을 획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결단에 달린 문제인 것입니다.
이 결단을 향해 나아감이 바로 우리의 자유입니다. 자유는 스스로 실존의 짐을 지고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짐을 벗어버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실존을 과제로 짊어지고 나아감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삶이 곧 현존재. 삶 속에서 삶을 관통하여 '있음'."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상학적 해석학> (마르틴 하이데거)
인간은 이성을 사용하는 존재자이기도 하지만, 이성 말고도 다른 여러 기능을 사용하면서 삶을 총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자입니다. 이성을 사용하기 이전에 기분에 젖어서, 다시 말해 걱정하거나 슬퍼하거나 기뻐하면서 살아가지요. 그도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거나 특별한 생각 없이 무심하게 살아갑니다.
이런 삶의 현사실성을 드러내려면 '이성적 동물'이라는 규정의 지배 아래 있는 '인간'이라는 표현 대신에, '현존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낫다는 게 하이데거의 생각입니다.
"철학은 인간을 그 숙명의 가혹함으로 되던져버린다는 과제를 지닌다."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 (마르틴 하이데거)
인간 실존의 우연적 성격을 강조하는 하이데거는 그 우연 속에서 실존의 최고 순간, 결단의 순간을 향해 모험할 것을 강조합니다. 철학은 인간을 문화라는 값싼 포장지로 감싸 위로해서는 안 되는 거죠.
하이데거는 인간을 삶의 벌거벗은 현사실, 곧 불안을 통해 열리는 무 속으로 몰아넣어 그 가혹한 운명을 뚫고 본래적 실존에 이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하이데거의 이 말에서 "위험하게 살아라. 배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네 도시를 세워라" 하고 요구하는 니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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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김선욱 지음 I 28,000원 I 한길사
★ 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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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은 전체주의에 대한 치밀한 탐구에서부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조건과 악의 평범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유의 힘까지, 시대를 통찰한 한나 아렌트의 주요한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합니다.
저자 김선욱은 독자가 이 책을 계기로 향후 아렌트의 원저서를 접할 때 그와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이 어울리는 계절이죠. ☕
🔍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대화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조율할 수 있다는 아렌트의 철학을 만나볼까요?
논리가 아닌 설득의 대화로 성립되는 인간성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서사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과정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이며, 인간의 인간됨을 만들어내는 조건입니다.
프라이버시에서 공적 공간까지
대화는 타인을 향한 사유의 확장이며 그것은 '상상력'에 의해 가능합니다. 그런데 만일 상대방에게 이 상상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정치적 대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아렌트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고독'을 통해 자신을 가꾸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적 깊이의 계발은 곧 공적 공간의 풍요로 이어지며, 개인을 말살해버리는 전체주의 체제는 이 공적 영역을 억압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역설합니다.
"당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염려하지 마세요. 당신이 세상에 나타내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세요. 그게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들어줍니다."_한나 아렌트
“외로움은 고독과 다르다. 고독은 혼자 있기를 요구하지만,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날카롭게 그 모습이 드러난다. 고독 속에서 진행되는 사유는 하나 안에서 둘을 이룬다.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유로 정체성이 형성되면 우리는 대체할 수 없는 한 개인이 된다.” _김선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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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 소식
★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I 숲의 인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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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가을을 마무리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핑구🐧 는 대학생 때부터 지켜오는 늦가을의 루틴이 있는데요.
소박하지만, 나와의 작은 약속이 주는 일상의 재미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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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구가 가을을 보내며 듣는 음악
When October Goes - Barry Manilow
Sonata For Arpeggione And Piano In A Minor D.821
- Martha Argerich, Mischa Maisky, by Franz Sch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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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구의 10월 마지막 날
핑구는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작은 쿠키가 있는 카페에서 책을 읽습니다. 몇 해 전 그날, 책을 읽으러 들어간 카페에서 작은 쿠키를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좋아서 그 뒤로 일부러 지켜오고 있는 루틴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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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구의 산책
핑구의 고향은 부산입니다. 서울에 올라오면 가고 싶었던 곳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운현궁이에요. 아들 고종과 함께 창덕궁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흥선대원군이 지냈던 사저지요. 어린 핑구는 왜인지 운현궁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서울에 가게 되면 꼭 운현궁에 가보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운현궁에 와본 핑구...!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고즈넉하고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날로 핑구는 추워지면 운현궁에 갑니다. 올해는 산책하시는 노부부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이로당 마루에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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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도 가을을 보내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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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 레터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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