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극장가가 뜨겁습니다. 트렌드세터이고 싶은 저도 발빠르게 영화관에 몇 번 다녀왔는데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그 어렵다는 용산 IMAX 명당에서 개봉일에 봤고요. (물론 스파이더맨은 아이맥스 포맷으로 찍은 영화는 아니지만요.) 지난 주에는 엄마와 함께 「오디세이」도 보고 왔어요. 갈 때마다 삭막하던 영화관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니 좋더라고요. 물론 자주 가는 쇼핑몰 주차가 어려워졌다는 슬픈 사연은 덤입니다.
곡소리 나던 영화관에 활기가 돌 듯 서점가에도 활기가 돌면 좋겠다는 솔직한 욕망을 숨기지는 않을게요.
📌 CONTENTS 📌
일상과 사담 I 파르치팔? 그거 내 이름 맞는데
신간 소식 I 한길그레이트북스 201 『파르치팔』
일상과 사담
파르치팔? 그거 내 이름 맞는데
여러분, 혹시 파르치팔 아세요? 네? 그게 뭐냐고요? 그러면…… 퍼시벌은요?
사실 파르치팔이 곧 퍼시벌이에요. 독일어와 영어의 차이일 뿐이죠.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바로 그 원탁의 기사, 성배를 찾아 헤매던 바로 그 기사가 퍼시벌입니다. 물론 판본마다 차이는 있어서요. 이번에 한길사에서 새로 나오는 『파르치팔』에서는 성배가 아니라 성석, 즉 성스러운 돌로 나온답니다. 뭐가 됐든 내용의 중요한 골격은 다 비슷하죠.
‘퍼시벌’이라는 이름, 아서왕 전설을 모르더라도 은근히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서양권에서는 인명으로 많이 쓰이고요. 대중문화에서도 이름으로 많이 쓰여요. 실제로 퍼시벌을 구글에 검색하면 온갖 게임 캐릭터들이 쏟아질 정도죠. 그래서일까요? 제가 아는 퍼시벌도 바로…… 이렇게 생긴 모 *덕 게임의 캐릭터인데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를 해 볼게요.
ㄴ그림 Fate/Grand Order라는 게임에 나오는 퍼시벌이라는 캐릭터예요. 실제로 이 게임은 아서왕 전설을 많이 소재로 차용하고 있죠. 사실 저는 이 게임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제 친구가 좋아해서 희미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예요.
다들 해리포터 시리즈 좋아하시나요? 우리의 영원한 교장 선생님, 덤블도어의 풀네임에 바로 ‘퍼시벌’이 들어가고요. 위즐리 가문의 셋째 아들인 퍼시 위즐리의 ‘퍼시’가 바로 퍼시벌의 애칭이랍니다. 사실 위즐리 가문의 인물들 중에서는 아서왕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경우가 조금 더 있기도 해요.
하지만 이번에 제가 편집한 책은 『퍼시벌』이 아니라 『파르치팔』이죠. 원래 아서왕 전설은 켈트족의 구전 설화에서 출발했는데요. 프랑스의 크레티앵 드 트루아가 궁정 로맨스 형식으로 이를 다듬었고, 그걸 볼프람 폰 에셴바흐가 입맛에 맞게 살을 붙여 수정한 게 바로 『파르치팔』이에요.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흔했어요. 나라마다, 시대마다 이야기꾼들이 자기 나라와 자기 상황에 맞게 바꿔 썼기 때문에 이름도, 에피소드도, 판본마다 조금씩 달라졌던 거죠.
아서왕 이야기의 조연인 줄만 알았던 원탁의 기사 퍼시벌이 이렇게 두꺼운 서사시 한 권 분량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재미있지 않나요?
신간 소식
한길그레이트북스 201권
『파르치팔』
마침 이번에 이 『파르치팔』이 새 장정을 입고 다시 출간됩니다. 그동안 많은 독자분들이 재출간을 기다려 주셨던 책이라 저도 감회가 남달라요. 자세히는 몰라도, 저도 ‘오타쿠’로서 ‘아서왕 전설’ 자체는 엄청 익숙한 소재였거든요. 교정을 보면서 낯선 독일식 이름을 영어식 이름과 매칭시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숲속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자란 소년이 있어요. 기사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라난 이 소년은 우연히 지나가던 기사들을 신으로 착각하고, 그길로 집을 뛰쳐나가 기사로서의 모험을 시작하게 되죠. 다들 예상하셨죠? 바로 그 소년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르치팔입니다. 궁정의 예법도, 창을 다루는 법도 서투르던 파르치팔은 점차 기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요.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말죠. 마법의 성에서 화려한 연회와 신비로운 의식이 펼쳐지는 걸 보고도, 예의를 지키느라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은 거예요. 하다 못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죠?”라고도 묻지 않았다니까요.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서왕의 원탁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까지 누리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마법사 쿤드리가 나타나 그의 침묵을 폭로하고, 파르치팔은 모든 명예를 잃고 방랑길에 오르게 돼요.
한 소년이 침묵의 죄를 씻고, 스스로 질문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 정답을 미리 아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 다시 읽어도 낡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기다린 바로 그 책, 지금 바로 서점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