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잔인했던 시대, 눈부시게 빛났던 나의 친구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인데요.
‘나폴리 4부작’은 나폴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자의 60년에 걸친 우정 이야기입니다. 지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인해 중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하는 릴라, 평범한 가정 환경에서 늘 열심히 노력하는 모범생이지만 절친한 릴라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 서로가 가진 것을 질투하거나 동경하면서도 두 소녀는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정을 더욱 공고히합니다.
"우리는 태양빛 아래에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모든 것을 지하창고의 어둠 탓으로 돌렸다.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가수 아이유도 인스타그램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책!
넷플릭스부터 HBO까지, 전 세계가 주목한 은둔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
모든 문장이 밑줄 그어 마땅하지만, 저는 이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결국 나는 모든 면에서 2등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랐다."
소설에 등장하는 레누와 릴라의 우정은 한결같지만 그들의 불투명한 정체성과 불완전한 꿈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둘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기도 합니다. 릴라가 없으면 레누는 존재할 수 없고, 레누가 없는 릴라도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니가 더 잘했으면 좋겠어. 넌 나의 눈부신 친구잖아"
서로를 사랑하고 질투하며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는 두 사람의 빛나는 우정 이야기,
'나폴리 4부작'이 판매 10만 부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함께 페미니즘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작가, 레이첼 커스크의 책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