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S 📌
COVER STORY I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늦가을의 레터🍂
이 책 어때 I 레이첼 커스크 <두 번째 장소>
근간 소식 I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카이로스> 편집 후기!
일상과 사담 I 곰곰, 위니, 티노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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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늦가을의 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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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마케터 곰곰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새롭게 합류한 두 분을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기온에 짧았던 가을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며 아쉬운 요즘이지만, 다가오는 겨울을 향한 설렘도 커져가는 10월의 끝자락입니다.📚
곰곰, 위니, 티노도 다가올 11월, 독자분들이 오래 기다려주신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 출간 준비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카이로스』를 가장 먼저 만나본 1호 독자! 티노🦖님의 후기를 들려드리려는데요. 그에 앞서 2021 부커상 후보작이자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장편 소설! 『두 번째 장소』를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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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
예술은 우리를 구원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을까요?
《두 번째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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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3부작’에서 자유와 의무 사이에 선 여성의 내밀한 욕망과 선택을 다루며 영국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오른 레이첼 커스크의 근작 『두 번째 장소』는 외딴 습지에 사는 중년 여성 작가 M이, 자신의 별채에 남성 화가 L를 초대해 그와 함께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입니다.
우리 삶의 많은 일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지요. 소설 속 여름, M에게 일어난 일도 그러했는데요. 현실주의자인 남편 곁에서 예술과 삶의 근본적 진실에 몰두하고 '자유'를 극단적으로 갈망하던 M은, 어느 여름 자신의 별채에 남성 화가 L을 초대합니다. 그는 15년 전 강렬한 자유의 분위기를 담은 그림으로 M을 매료시켰고, 그의 풍경화는 M이 살고 있는 습지와도 닮아 있어 운명적 예감을 들게 했지요.
M은 L을 통해 자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L은 등장부터 M에게 충격을 안겨줍니다. 그의 독단적인 성격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무시는 M이 품고 있던 자유를 향한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M의 삶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데요. 두 사람이 함께한 별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두 번째 장소』는 화자 M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사람의 청자인 '제퍼스'에게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러한 형식 덕분에 독자는 사건의 외피뿐만 아니라 M의 내밀한 마음까지 듣게 되지요. 여성의 삶과 예술에 대한 “진실에” 닿을 때까지 “그것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까발”리는 대담한 소설. 올가을 강렬한 독서 체험을 원하시는 독자분들께 레이첼 커스크의 『두 번째 장소』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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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 소식
《카이로스》 1호 독자 티노🦖의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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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가 후보작으로 올랐죠.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불립니다. 지난 5월, 예니 에르펜베크의 장편소설 『카이로스』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길사에서는 2018년 같은 작가의 소설 『모든 저녁이 저물 때』를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한국에 소개했는데요. 격변하는 시대에 국가와 체제에 의해 흔들리는 개인의 삶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모든 저녁이 저물 때』와 『카이로스』는 비슷합니다.
원고는 출간 전 네 차례의 교정을 거치는데, 티노는 『카이로스』의 PC교(컴퓨터 교정)와 1교를 맡았어요. 『카이로스』를 한국어로 처음 읽은 독자이자 교정자로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볼게요.
『카이로스』는 나치 독일에서 소년기를 보낸 중년 유부남 작가 한스, 공산주의 동독에서 태어나 예술가를 꿈꾸는 열아홉 살 카타리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독일 통일까지의 동베를린이고요. 파멸하는 국가에서 펼쳐지는 파멸적인 로맨스라니,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goodreads와 아마존에서 서평들을 읽고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번역원고 파일을 열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는 작중 카타리나와 마찬가지로 1967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났습니다(번역가 유영미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에르펜베크는 생애 초기 20여 년 동안 경험한 동베를린의 모습을 소설에 그대로 담아냈어요. 갑작스러운 독일 통일이 닥쳐오면서 동베를린의 각 장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잘 살펴보면 좋겠어요.
티노는 특히 베를린 중심인 미테구(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서 구글 지도를 열어두고 거리를 살펴보면서 교정을 진행했답니다. 독자 여러분이 편하고 즐겁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에 동베를린 지도를 담아두었습니다.🗺️
재미있게도 티노가 『카이로스』와 함께 맡은 책이 오는 11월 26일 출간되는 독일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자서전 『자유』였습니다. 메르켈은 서른다섯 살까지 동독에서 살았어요. 두 책에서 묘사하는 동독에서의 삶이 워낙 비슷해서 어떤 장면이 어느 원고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답니다. 메르켈도 카타리나도 고생스러웠던 동독에서의 삶을 결국 긍정한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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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사담
곰곰, 위니, 티노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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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문학동네, 2010-0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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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전작을 따라 읽는 독서법을 '전작주의(全作主義)'라고 하지요? 곰곰도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해당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언급한 작품들까지도 열심히 따라 읽는 전작주의자인데요. 그렇게 따라 읽는 작가 중 한 분인 신형철 평론가님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계기로 만나게 된 책,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소개해드려요.
여러분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생을 되돌아볼 때 무엇이 가장 아쉬울 것 같나요?
『슬픈 짐승』의 주인공 '나'는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사랑밖에' 없다고요.("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단박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한 인간의 생애에 이토록 강렬한 궤적을 남긴 사랑의 경험을 향한 궁금증도 일었어요.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나서는 소설이 말하는 '사랑'이 시대의 불합리, 또 나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주변 세계로 인해 이루지 못한 당대 독일인들의 '욕망'을 총칭하고 있다는 듯한 감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은 독일 통일 직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독일 통일'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 '기이한 시대'로 일컬어지는 당시 독일 사람들의 심정과 삶을 두 남녀의 사랑을 매개로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 『카이로스』와도 닮은 점이 많은 작품인데요, 『카이로스』의 출간을 기다리며 읽어보시기에도 좋을 듯해요!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을 보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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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현실이 너무 아름답게 보일 때는 그것을 꿈이라고 여기는 편이지. 행복은 무상한 거야. 프란츠가 말한다, 그것은 책에도 쓰여 있고 우리 나이에는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이 꿈의 무상함인지 현실적 삶의 무상함인지 가리면 뭔가 달라질까? 내가 그것이 꿈이라고, 꿈일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면 나는 그 꿈이 언젠가는 끝날 것을 알게 되고, 따라서 그 순간에 무조건 빠져들 수 있다."
_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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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 2008-0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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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편집자 위니🍯입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1년 넘게 제 책장에 꽂혀 있다 지난 달에 겨우 완독한 존 버거의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입니다. 이 책은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독재, 그리고 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 써 내려간 책입니다. 꽤 옛날에 쓰여진 글들을 엮은 거라 시의성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20년 전의 과거는 2024년인 현재와 닮아 있더라고요. 😥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옮겨 볼게요.
용기와 사랑 외에는 거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이 천덕꾸러기가 된 넘쳐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조금 다르게 작용합니다. 그들에게 희망은 깨물어야 할 것, 이 사이에 넣고 깨물어야 할 그 어떤 것이 됩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이에 깨문 그 희망 때문에, 끝없는 피로 한가운데서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그 희망 때문에, 적절치 못한 순간에 외침을 참을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그 희망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악을 쓰면서 울부짖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독서 노트에 적었습니다. ‘이 사이에 희망을 물고 있는 사람이 되자’라고요. 슬픔과 기쁨을 오가는 얼렁뚱땅 인생 속에서도 희망을 이 사이에 깍! 하고 물어 보겠습니다. 물론 일단은 이를 깍! 물고 마감까지 달려야 하지만요. 달려라, 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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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습하기 싫을 때 읽는 책- 다 큰 어른이 악기를 배운다는 것>
톰 히니 지음, 권혜원 옮김, 노천서재, 2022-2-22
먼바다 등대지기가 된다면, 우주선을 타고 홀로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된다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딱 한 가지 물건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뭘 가져갈래요? 저는 기타를 들고 갈 거예요. 가지고 놀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언젠가 다시 사람을 만나면 멋진 음악도 들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무인도나 등대에 거주하는 게 아니라면, 다 큰 어른이 악기를 배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퇴근길을 지나 씻고 식사하고, 재충전할 시간에 연습을 하라고요?
“어른이 악기를 배울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연습을 가족이나 직업적인 의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들은 다음과 같이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갖게 된다.
내가 이걸 한다고 얼마나 더 잘할 수 있게 될까?
나는 음악 연주로는 한 푼도 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_179쪽
지은이는 ‘손으로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한다는 것의 기쁨’을 강조합니다. 음악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우리가 손을 움직일 때 음악이라는 결과가 따라오는 것뿐이라고 말이에요. 카드 마술이나 프라모델 만들기처럼요.
티노는 방구석 기타리스트예요. 늘 악기장터를 기웃거리지만 연습은 안 한답니다. 땀도 안 나고 손도 안 시린 이 계절, 연습을 즐겨보기 위해서 이 책을 꺼내들었어요.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분, 반복적이고 성취는 없는 연습에 지친 분에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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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 어떠셨어요?
다음 레터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나
부족한 점을 함께 적어주시면
곰곰🐻 위니🍯 티노🦖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비블리오테카는 격주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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