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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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COVER STORY I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신간 소식 I 《프랑스 예술기행》
이 책 어때 I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그해 봄날》
일상과 사담 I 곰곰, 위니, 티노가 전하는 12월 14일 집회 현장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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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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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마케터 곰곰입니다.🐻
지난주까지는 차마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건네기가 어려웠습니다.
12월 3일 밤, 온국민을 분노케, 또 슬프게 만든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지요.
다정히 연말 인사를 나누고, 크리스마를 기다리는 설렘과 활기로 가득했어야 할 12월 초중순의 시간들이 흑백 필름을 씌운 것 마냥 어둡게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민주주의에 대해, 국가와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권력에 대해, 폭력에 대해 숙고하고 또 숙고하며 아픈 역사를 되짚어봐야 했는데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짙은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촛불들이 있었습니다.🕯️그리고 지난 12월 14일, 마침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큰 먹구름 하나가 걷혔지요. 아직 남아 있는 절차들이 있지만,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편히 잠을 청하셨을 듯해 마음이 놓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12월 3일이 우리에게 촉발한 논의들을 다룬 책들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그리고 레터 마지막에는 곰곰, 위니, 티노 세 사람이 다녀온 14일 집회 현장의 이야기도 담았으니 끝까지 읽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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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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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늦은 저녁,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법무부 7층에서 열린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 날 MBC와의 인터뷰에서는 아우슈비츠 절멸수용소에서 일하는 간수를 예로 들어 부당한 명령에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오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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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난 철학자입니다. 나치 독일 시기 미국으로 망명했죠. 직접 겪은 탄압과 차별 경험을 바탕으로 20세기 폭력정치를 분석하는 정치사상서를 여러 권 써냈어요. 1960년 아이히만이 붙잡혀 다음 해 예루살렘에서 재판받게 되자 아렌트는 『뉴요커』지 특파원 자격을 얻어 재판을 참관·보도하게 됩니다. 이때의 기사들을 묶은 책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입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의 대량학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나치 친위대원입니다. 이스라엘은 극악무도한 학살자의 모습을 까발리려고 이 재판을 전 세계에 공개했지만, 정작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진찰한 정신과 의사 여섯 명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정상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상태”였습니다. 더군다나 아이히만은 유대인 민족주의 책을 탐독하는 시온주의(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 지지자였습니다.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여본 적도 없었죠.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위가 합법적인 ‘국가적 공식 행위’였고, 복종하는 것이 의무였다고 주장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 모습을 보고 “사유의 무능, 말하기의 무능, 판단하기의 무능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주어진 상황에 따른다면 결과는 끔찍한 재앙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책임 없는 “작은 톱니바퀴”로 여기는 태도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악의 형태라고요.
비상계엄 상황에서 상부의 지시를 비판 없이 따른 관료와 군 관계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 형법은 내란의 우두머리나 지휘자뿐 아니라 부화뇌동해 단순 관여한 자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떤 기자분은 ‘서울의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보다 더 흥미로울 거라고 기사를 썼는데, 과연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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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
2024년 12월을 구한 1980년대의 봄날
《그해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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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의 사태가 더욱 참담했던 이유 중 하나는 불과 지난 두달여 전, 한강 작가님이 5·18을 다룬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그해 5월이, 2024년 다시금 반복될 뻔 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어렵습니다.
80년대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시대인 동시에 어둠의 시대였지요. 《그해 봄날》은 그 엄혹한 80년대에 각자의 방식으로 뜨겁게 맞선 현인 열여섯 분의 삶과 정신이 담긴 책입니다.
지난 3일 내려진 포고령 중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항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기도 해요. 책 속 현인들이 독재 정권의 언론 및 출판 폭압에 맞서 어떤 수난을 겪어내며 그 권리를 지켜냈는지를 생생히 읽은 바 있기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지요.
『한겨레 신문』 창간을 이끈 송건호 선생님은 1980년 5월 15일에 발표할, 비상계엄령 즉각 해제를 요구하는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갖고 당시 서대문에 위치해있던 한길사에 들르셨다고 해요. 그리고 5월 20일, '김대중 내란음모의 공범'으로 몰려 남영동 대공분실에 연행되었고, 혹독한 고문을 견디셔야 했습니다.
'내란음모'죄의 당사자로 몰린 김대중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구속 후 사형 선고를 받고 6년이라는 시간을 내리 감옥에 계셔야 했는데요. 집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옥중편지'를 써내려가며 사상과 이론을 남겼습니다.
❝역사를 아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다. 어둠의 시대와 마주하여 뜨겁게 싸웠던 이들의 삶과 그 족적을 돌아보는 시간은 지금의 곤경과 위기를 돌파하는 지혜가 된다. 역사와 단절된 삶은 그래서 '미래의 지도'를 잃어버리는 존재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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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탄핵소추안 표결 전, 박찬대 의원의 제안 설명이 있었지요.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다"는 말씀에 1980년의 민주투사분들, 그리고 광주의 시민들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엄혹하고 외로웠을 1980년대를 온몸으로 부딪친 분들이 구해준 2024년 12월. 과거가 구해준 오늘을 잊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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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식
고흐부터 보들레르까지, 예술가 24명의 영감의 원천을 찾아서
《프랑스 예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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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편집자 위니입니다. 혹시 프랑스에 가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 가을, 프랑스에 다녀왔는데요. 슬프지만 진짜로 프랑스에 간 건 아니고요……. 『프랑스 예술기행』을 편집했습니다.📚
프랑스는커녕 동아시아 밖을 한 번도 벗어나 본 적 없는 저지만, 이 책을 편집하는 순간만큼은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을 거니는 기분이었어요.
프랑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 중 하나인데요. 서양 문화의 부흥기를 이끈 나라답게 프랑스 곳곳에는 많은 예술의 성지가 자리 잡고 있어요. 이 책은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삶과 그들이 예술적으로 영향받은 프랑스 마을을 소개합니다.
흔히 떠오르는 화가뿐만 아니라 음악가, 작가에 대해서도 함께 조명하며, 프랑스 예술 전체에 대한 교양 지식을 담고 있죠.
‘퀴리오지테’는 호기심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데요. 이 책은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퀴리오지테로 이루어진 『프랑스 예술기행』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독자 여러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길 바라며! 저는 언젠가 프랑스로 진짜 떠날 날을 고대해 볼게요. 저는 카뮈가 사랑한 루르마랭에 가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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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사담
곰곰, 위니, 티노가 전하는
12월 14일 집회 현장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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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집회 현장에 나가있던 곰곰입니다.🐻
1시 반쯤 여의도역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출구로 나가는 행렬에 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일찍이 현장을 지키고 계시던 시민분들 틈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요. 하나의 염원으로 모인 수많은 분들과 함께여서인지 든든한 마음에 추위도 크게 체감되지 않더라고요.
집회에 와주신 가수분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유쾌한 '탄핵송'을 함께 부르는 새에 표결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친구의 손을 쥔 채 바라보고 있던 화면에 '가결'이라는 두 글자가 뜨던 순간, 불안이 환희로 뒤바뀌며 그자리에 있던 무수한 인파와 기쁨을 공유하던 그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3일 이후로 새벽마다 잠에서 깨기 일쑤였는데요. 14일 밤에는 마취총이라도 맞은 듯 길고 편한 잠에 들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쯤 일어나 올려다본 하늘이 유독 파랗더라고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14일의 기쁨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반복되는 슬픔에 부디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
_곰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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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위니입니다. 지난 토요일, 저 역시 여의도공원에 있었어요. 국회 앞은 사람이 너무 빽빽해서 도저히 자리를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국회 앞에서 조금 떨어진 여의도 공원에는 많은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어요. 새파란 하늘 아래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깃발들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담고 있었거든요.
탄핵이 가결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노래가 멈추고, ‘제발…….’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어요. 환호성과 함께 「다시 만난 세계」의 간주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드라마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기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서로의 행복을 축원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승리의 순간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여성, 빈곤층 등 삶의 모든 순간이 투쟁인 사람들에 대해서요. 이번의 승리가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주말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이 외롭지 않게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에요. 그럼 오늘도, 투쟁!
_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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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건강하신가요? 패딩에 핫팩과 모자 장갑으로 중무장하고들 오셨지만, 날이 많이 추웠어요.
박찬대 의원이 말을 잘 하시더라고요. 조금 길었지만요. 환호성이 울릴 때, 명분으로 보나 숫자로 보나 마땅하고 또 그럴 만한 결과가 나왔다 싶었지만,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시간이 의미 있는 결과로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어요.
귀갓길로 마포대교를 선택한 분 계신가요? 체온을 나누며 바람을 뚫고 행진하는 펭귄처럼, 얼마나 남았나, 눈앞 빼빼로 가로등 개수가 얼마나 줄어들었나 세어가며 한강 위 1.4킬로미터를 한 시간 동안 걸었죠. 그래도, 이런 경험이 언제 다시 올까요.
_티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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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 어떠셨어요?
다음 레터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나
부족한 점을 함께 적어주시면
곰곰🐻 위니🍯 티노🦖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비블리오테카는 격주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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