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선거철이면 어김없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속상합니다!) 들려오는 선거법 위반, 부실관리 정황 등의 소식이 사전투표 기간부터 들려와 착잡하네요. 우리 국민에게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에 특히 그렇고요. 지난 12월, 지도자 한 명이 얼마나 짧은 시간만에 한 나라의 역사와 그간 이룩해온 가치들을 후퇴시켜놓을 수 있는가를 지켜봐야 했지요. 뉴스를 통해, 또 광장에 모여 함께 보고 들으며 공유한 감각을 믿으며 불안을 달래봅니다.
올해 내릴 무수한 선택 중 가장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은 물론 우리 모두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을 소개해드려요.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홀로코스트라는 근대의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고,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지에 대해 사유했습니다. 그가 이러한 사유에 몰두한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정치적 행위능력이 상실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인데요. '전체주의'라는 근본악이 우리로 하여금 사유와 정치적 행위 능력을 앗아갔다고 본 것이지요.
그러면서 저서 『인간의 조건』을 통해 정치의 중요성과 그 주체로서 우리가 갖는 역량이 얼마나 큰지, 또 그렇기에 따라오는 위험과 기회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상기시킵니다. 또 그는 정치를 특정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것이나 특정인들의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응당 행해야 할 필수적 '조건'으로 바라보았는데요. 이렇듯 정치의 일상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삶의 가치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예스24에서 대선을 앞두고 진행하는 21대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 기획전, 출판 관계자가 추천하는 책 목록에도 『인간의 조건』이 올랐습니다! 목록을 살펴보면 『인간의 조건』 외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좋은 책들과 명징한 추천의 말들이 가득한데요. 댓글로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직접 추천하면 적립금도 받아가실 수 있으니 들러 구경해보세요!(~6/15까지)
『김대중 육성 회고록』이나 『자유』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 같은 한길사 책들은 이미 여러 자리에서 추천해왔어요. 모두 훌륭한 책이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방향의 책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첫 번째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입니다. 앞으로도 번역되기 어려울 것 같고요. 오랫동안 심리학 교과서로 쓰이면서 자주 인용된, 어빙 제니스의 『Groupthink』입니다. 종종 자기 무리 안에서 망상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지금은 선호하는 메시지만 찾아 전달해주는 알고리즘이 인터넷을 점령하면서 눈 뜬 장님이 되어가는 세상이에요. 닫힌 방 안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를 군중의 화답으로 착각할 때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지 경고합니다.
두 번째 책은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입니다. 이 책은 나와 다른 도덕적 기준과 정치적 성향을 품은 사람들을 인내하게 해줍니다. 직업 정치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상대에 대한 심정적 이해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도덕적 감수성에 대한 깊은 이해로 모든 국민에게 마음 쓰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 책은 티머시 스나이더의 『폭정』입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하게 방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에게 분명해졌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말한 것처럼, “자유 속에서 살고 싶다면 안으로든 밖으로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짧고 실용적인 교훈들을 담은 책입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완벽한 해답은 어디에 있겠어요? 그저 전보다 더 되살피고 널리 보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위니입니다. 🍯 저는 지난 금요일, 출근 전 사전 투표를 이미 마쳤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도 떨리는 마음으로 개표 방송을 기다리고 있어요. 😣 새 대통령은 혐오와 차별, 배제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휘두르는 사람이 아닌, 더 긍정적인 단어들로 연대와 화합을 말하는 사람이기를 바라 봅니다. 책을 읽는 대통령이라면 더 좋겠죠?
그래서 위니의 ‘대통령이 읽길 바라는 책’은요! 고민 끝에 한 권 골랐습니다. 바로 로라 베이츠의 <인셀 테러>입니다. 이 책은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것을 유머로 즐기던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 세계로 나와 약자들을 위협하게 되었는지를 직시하는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작년에 읽었는데요.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제가 ‘몰랐던’ 이야기는 아닙니다. 외면하는 게 마음이 더 편했기에 외면하던 것들이죠. 이 책은 번역서이고, 많은 부분 해외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만, 어휘를 조금만 바꾸면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와 많은 부분 닮아 있습니다. 읽으면서 곧바로 대응하는 어휘를 찾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인셀, 그러니까 여성 혐오를 밈(meme)적으로 즐기는 세대는 이미 탄생했습니다. 최근에는 한 고등학교의 체육대회에서 ‘여성은 목소리를 높이면 안 된다’는 취지의 피켓을 만든 남학생이 비판을 받기도 했죠. 그냥 단순히 ‘인터넷 안에서만 떠드는 일부 머저리들’이라고 과소평가하면 할수록, 어린 소년들은 점점 더 그들의 주장을 학습하고 현실 세계의 여성들과 마초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남성들을 공격합니다.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가고 싶습니다. 서로를 배제하지 말아요. 남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