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주 길지는 않을 휴가 기간, 들고갈 짐의 부피 등을 고려하다 보면 챙겨갈 책을 몹시 엄선하게 되는데요... 저희는 어떤 책을 골랐을지 소개해드리며, 여행지에 들고 가기에는 곤란하겠지만 펼쳐보는 것만으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책도 보여드려요.⛰️
이 책 어때
『마운틴 하우스』
온라인 서점에 한 독자분께서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어떤 피서지 못지 않은 시원함이 밀려옵니다."라고 작성해주신 리뷰를 보았는데요. 그 표현에 깊은 공감이 갔습니다. 세로 길이 한뼘 반 정도의 널찍한 판형으로 감상하는 산과 숲, 개울의 풍경들이 책장을 펼치기만 해도 눈과 머릿속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마운틴 하우스』는 이러한 화보의 존재감이 엄청나고, 장점인 책이지만 '산속에 지은 멋진 집들을 구경하는 책'으로 납작하게 일축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들이 산속의 집을 지은 과정과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였거든요. 『마운틴 하우스』의 집주인들은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생하는 파트너로서 자연을 삶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뒤 자신들만의 새로운 서사를 써나갑니다.
"이곳에서는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삶이 흘러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죠."
"더 오래 지속되는 프로젝트, 즉 무언가가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내게 더 중요한 일이 되었어요."
『마운틴 하우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니나 프루덴버거, 사진 작가 크리스 모탈리니, 작가 마이클 스나이더 세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는데요. 이들은 1년간 5대륙, 12개국을 직접 방문하며 산속의 집들을 경험하고, 집주인들을 만났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들의 여정을 인스타그램 계정 @mountainhousebook 에 아카이빙해두었는데요.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먼저 이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사진들을 해당 계정에서 구경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최근 마감을 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지가 편집하고 쓴 <손자참동>인데요. 손자병법이면 손자병법이지, 손자참동은 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은 일종의 ‘참고서’입니다. <손자병법>의 원문에 조조의 주석, 이탁오 자신의 평론을 더하고, 다른 병서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덧붙였지요.
이탁오는 이 책을 전란의 시대를 맞이하며 완성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편집하며 이탁오가 맞이한 전란의 시대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뉴스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삶이 전쟁 같다는 생각, 다들 한 번은 해 보지 않으셨나요?
이 책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일종의 길라잡이가 되어 줍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죠. 명대에 쓰여진 병법서가 지금도 유효한 건 어쩌면 씁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일상과 사담
저희가 여행지에 가져갈 책은요📚
📚곰곰 픽 여행지 책📚
여러분, 다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지난 5월에 대만을 다녀오기도 했고 땀 흐르는 날씨에 여행할 엄두가 안 나 이번 여름은 따로 휴가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는데요. 여름이 끝나갈 기미가 보이니 바다 한 번 보지 못하고 보내기가 아쉬워져 조만간 해안가가 예쁜 곳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듯합니다.
당연히 책도 챙겨갈 텐데요. 저의 '여행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첫째 흡입력 있게 잘 읽힐 것, 둘째 분량이 길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장르는 소설을 떠올렸고요. 집중력을 요하는 책보다는 언제 어디서 펼치더라도 금세 몰입할 수 있는, 웬만하면 여행 기간 중 완독해 여행지의 추억과 함께 떠올릴 수 있을 책으로요.
그리하여 올해 여행지에 함께하고픈 책은 성해나 작가님의 <혼모노>입니다. 예...장안의 화제인 이 소설집을 아직 저만 읽지 못한 것 같아요! 작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은 표제작도 인상 깊었는데 다른 수록작들도 매우 흥미진진하다는 주변분들의 추천에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어요. 여름이 가기 전 읽어보며 호평의 실체(?)를 파헤쳐봐야겠습니다.🔎
📚위니 픽 여행지 책📚
여행지에 딱 한 권만 들고 갈 수 있다면 저는 그 계절과 딱 맞는 시집을 한 권 챙길 거예요. 🍏 아니면 시인이 쓴 산문집도 좋아요.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온갖 책을 읽는 ‘아무거나스 안가리고스 마구일거스’지만, 자칫 잘못 골랐다간 애써 떠난 여행에서 마음의 짐을 안고 올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위니는 이렇게 말해 놓고 광주 여행에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를 한 권 사 왔어요.)
그래서 제가 고른 단 한 권의 책! 은 바로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입니다. 사실 산뜻하기만 한 시집은 없죠. 파편으로 돌아다니는 아름다운 조약돌 같은 문장들에 반해 구입한 시집에게 배신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껏 떠나는 여행에 시집을 갖고 가는 건 꽤 위험한 선택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슬픔을 적확하게 마주보는 일은 마냥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닐 거예요.
제가 이 시집에서 좋아하는 시를 꼽자면 <소동>, <면벽의 유령>, <덧칠>인데요. 꼽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시가 좋았어요. 제 안의 안희연 베스트입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 보시길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