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역사는 깁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비잔티움 제국』에서 강조했던 것도 동서 분할 이후 1,000년 가까이 존속한 그 길고 긴 역사였죠. 로마 건국부터 서로마 멸망까지를 무려 열다섯 권으로 풀어내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1권에서만 5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다룹니다.
하지만 타키투스가 쓴 역사서는 조금 다릅니다. 타키투스는 여러 권의 역사책을 남겼지만, 그 전부를 합쳐도 다루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타키투스는 거대한 시대를 훑기보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타키투스의 역사』는 로마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한 해인 서기 69년, 이른바 ‘네 황제의 해’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내가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재난이 많았고, 전란으로 참혹했으며, 내전으로 반목하고, 평화 속에서도 공포가 만연했던 시절의 역사다. 네 명의 원수가 칼로 목숨을 잃었으며, 세 번의 내전을 치렀고, 외적과 싸운 것은 더 여러 차례였다.” _타키투스, 62쪽
악명 높은 폭군 네로가 자살한 후, 히스파니아(지금의 스페인) 총독 갈바가 황제 자리에 올랐습니다. 갈바는 나이 많고 인색하다는 평판으로 민심을 잃고 루시타니아(오늘날 포르투갈) 총독 오토에게 살해당합니다. 오토는 저지 게르마니아(지금의 베네룩스 지역) 군사령관 비텔리우스에게 패전하자 자살했고, 이번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 반란을 진압하던 동방 군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가 로마로 진군해 비텔리우스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모든 일이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졌습니다. 황제가 바뀔 때마다 내전이 일어났고, 로마 군단병이 로마인의 도시를 약탈했습니다. 아들이 적군 편에 선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베어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게르마니아인, 갈리아인, 유대인 등 피지배 민족들은 들고일어났습니다. 단순한 황제 교체가 아니라 로마제국이 근본부터 흔들리던 시기였죠. 반란이 속출하고 식민시가 약탈당하고 로마가 불탔습니다.
“옛날 옛적에 갈리아인이 로마시를 점령했지만, 유피테르의 거처는 무사했고 제국은 존속했다. 하지만 이 숙명적인 화재는 하늘이 분노한 증표요, 인간 세계의 통치를 알프스산맥 너머의 주민에게 넘겨준다는 표시다.” _갈리아의 드루이드, 379쪽
타키투스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인물들의 성격을 파고듭니다. 황제들과 장군들, 반(反)로마 봉기 지도자와 시민들까지, 타키투스는 ‘네 황제의 해’를 권력투쟁 속에 드러나는 탐욕과 배신과 비극으로 묘사합니다. 그렇기에 『타키투스의 역사』는 드라마틱한 정치사로서만이 아니라, 권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 선 분석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고전입니다. 로마의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단 1년, 그렇지만 1,000년 못지않게 격렬한 시간을 담아냈습니다.
_담당 편집자 티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