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이은지 박사님! 한길사 편집부 위니입니다. 일단 첫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박사님의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일단 선생님의 소감을 한 번 들어보고 싶어요. 첫 책 작업, 어떠셨나요?
A: 안녕하세요 편집자님! 저도 편집자님과 함께 책을 만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마무리 작업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순간 책이 나온 기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길사의 책들을 많이 읽고 자랐고, 미국으로 갈 때도 좋아하는 책들을 챙겨갔을 정도로 한길사 팬이에요. 첫 책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와 함께 만들 수 있어서 진짜 기쁩니다.
기획 과정부터 출판사와 함께 팀으로 일하면서 각 장의 원고가 완성되고, 점차 책의 모양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실 연구자로서 주로 제가 저널에 쓰는 논문은 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제한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쓰는 글입니다. 때문에 전문 용어도 많이 사용하고, 내용도 기술적인 면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교양서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글쓰기더라구요. 어떻게 하면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그 동안 해 보지 않았던 형태의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이 저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을 빌어 쓴 교양서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가 지나온 시간들과 연구 내용을 종합해 보게 되었는데요. 함께 해 준 가족, 지인, 동료들과의 에피소드를 다시 떠올리며 글로 남기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감사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에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시작할 때 출판 과정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그냥 용감하게 덤벼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책이어서 원고 완성, 수정, 편집에 시간이 얼만큼 걸릴지 가늠이 안되는 것이 좀 어려웠어요. 모두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책 출간 전 몇 달은 주중에는 회사일을 하고 주말에는 책 작업을 하면서 꽤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글을 쓰는데 있어서 체력 관리도 필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머리로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몸을 써서 하는 일이기도 하더라구요.
Q: 저도 기후 위기에 많은 관심이 있는 편인데요. 뉴스로 접하는 소식들을 보다 보면 저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에 불안이 높아지곤 해요. 저 역시 ‘기후 위기가 정말 다 거대한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고요. (물론 실제로 그렇게 믿지는 않습니다. ^^;;) 기후 우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에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와 같은 이런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A: 저도 어떤 때는 기후 위기가 거짓말이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기후 현상을 기록한 데이터나 분석을 보다 보면 가끔씩 겁이 나거나 갑갑한 마음이 들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우고는 우울한 그림을 그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요즘 기후 우울이란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책을 준비하면서, 이 우울함의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정체를 잘 모르겠는데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는 인식에서 오는 불안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결국 두 가지 면에서 오는 우울인 것 같아요.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파악이 어렵고, 또한 상황을 파악한 후에도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요. 저는 이러한 면들을 좀 해소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이 책에 담았어요.
기후 위기는 어려운 일이 분명하고, 현재 우리가 기로에 서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의지만 있다면, 심각한 수준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