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레터에서는 지난 예고대로 2025 파주페어 북앤컬처 <한 권 마켓> 진행 과정을 들려드리려 해요. 일상 업무로 복귀해 바쁜 나날을 보내다 조금은 늦게 도착한 후기이지만, 방문하지 못한 분들의 아쉬움을(행사를 마친 저의 헛헛함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픈 마음으로 레터를 전해보아요.💌
일상과 사담
단 한 권만 소개하는 북페어, <한 권 마켓> 참가 후기
지난 8월, 출판도시문화재단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출판사마다 1종의 책만 판매하며, 부스를 하나의 쇼케이스처럼 꾸미는 국내 최초 콘셉트의 도서전"을 준비하셨다는 말씀에 정말 흥미로운 기획이라고 생각하며 안내서를 꼼꼼히 살펴보았는데요. 사흘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회사 바로 앞이잖아!"🙆♀️)에서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인데다 부스까지 제공("!"🙆♀️)된다는 파격적인 조건에 긴 고민 없이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답니다.
소개할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더욱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 출판사의 마케터로서도, 독자로서도 아끼고 자신 있게 추천하는 '좋은 책'으로 올해 1월에 출간된 소설 <금지된 일기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거든요. 무엇보다 파주페어 북앤컬처는 가족 단위로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한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이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로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한길사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음사
또 한 가지 특별했던 주최측의 제안은 "믿고 읽을 수 있는 타 출판사의 책 1종"을 같이 추천하고 진열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저희는 <금지된 일기장>과 함께 소개할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선택했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많은 독자분들이 <금지된 일기장>을 읽으며 떠올랐다고(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와 함께) 언급해주신 책이기도 해요. 여성의 삶과 일에 있어 자신만의 공간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이야기하는 두 책을 나란히 두고 보니,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했던 주인공 발레리아에게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가상의 방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부스 컨셉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ㄴ마케터 열정 과다의 현장. 본격적인 방 컨셉 구현을 위해 당근으로 책상을 공수해왔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부스의 모습!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 이탈리아 가정집 방 분위기를 내기 위해 벽지부터 소품까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꾸며보았는데, 어떤가요?
실은 이 작은 부스 하나를 설치하는 데에도 꽤나 큰 품이 들어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대형 행사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깊은 존경심이 들었지만... 다른 참가사 분들께서 놀러와 부스가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시고 오가는 분들이 사진을 찍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고생한 보람을 느꼈답니다...✌️ 무엇보다 저희 부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편집자와 어머니의 교환 독서 구경&참여 이벤트였는데요.
MZ세대인 <금지된 일기장>의 담당 편집자 위니와, X세대 애니메이터 어머니가 교환 독서한 이 특별한 책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금지된 일기장>에는 주인공 발레리아가 딸 미렐라와 아들 리카르도, 남편 미켈레에 대해 느끼는 서운함과 질투, 연민 등 입체적이고 내밀한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는 만큼 읽는 내내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기 마련인데요. 두 분이 <금지된 일기장>을 함께 읽으며 솔직하고 재치있게 남긴 코멘트를 구경하시던 많은 분들이 웃음 지으며 소설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모녀가 함께 방문해 책을 구매해 가실 때는 두 분께서도 꼭 한번 <금지된 일기장> 교환 독서를 해보시라는 권유도 잊지 않았고요. 아내에게 선물하겠다며 책을 사가신 중년 남성분,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다며 책을 사가시는 분들도 많으셨는데요. 모쪼록 <금지된 일기장>이 많은 분께 소중한 존재들을 이해하고 깊은 연결을 돕는 매개가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ㄴ인스타그램 팔로우+부스 인증샷을 올려주신 분들께 증정한 '도어사인' 굿즈.
"결국 모든 여성은 자신만의 까만 공책, 금지된 일기장을 숨기고 있으니까."
_<금지된 일기장>, 429쪽
ㄴ서랍 속에 준비한 질문카드 이벤트. 방문객분들이 남겨주신 인상 깊은 답변들과
한 어머님과 초등학생 자녀분의 사랑스러운 답변도 공유합니다.💌
첫 북페어에 참여하고 나니 도서전과 같은 행사가 끝난 후 "고되어도 즐겁다"던 동료 출판인들의 마음을 백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마케터의 낯선 책 소개를 듣는 내내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시던 독자분들과 함께하며 얻는 기쁨과 에너지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겠더라고요. 또 단 한 권의 책에 이토록 집중해 많은 분께 소개하는 경험 자체도 너무나 특별했고요. 앞으로 더 부흥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의 <한 권 마켓>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한 권 마켓> 한길사 부스를 찾아주신 모든 분, 저희는 책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언제든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