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저작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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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COVER STORY I 한 달 남은 2025년
일상과 사담 I 편집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저작권 이야기
행사 소식 I 과학이 기후 위기에 맞서는 법, 과학책방 갈다 이은지 박사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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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 달 남은 202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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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마케터 곰곰입니다.🐻 12월이네요!
2025년이 한 달 남았다는 사실은 영 와닿지 않지만 관성적으로 이런 저런 연말 맞이 리추얼을 행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2026년 달력도 사고, 송년회 약속도 잡고, 동료들과 트리를 꺼내자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로 시작된 12월이지만, 눈이 내리면 연말이 더욱 실감 날 것 같네요. 한길사에서 보이는 눈 쌓인 심학산의 정경이 몹시 예쁜데, 곧 사진으로 담아 보여드릴게요!❄️
여러분은 구매하고 싶은 책이 절판이라 망연자실했던 적 있으신가요? 곰곰은 바로 떠오르는 책만 여러 권입니다. 천경자 선생님의 에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 등…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 중고서점을 기웃거려도 값이 정가의 몇 배를 웃돌거나 매물조차 없는 경우도 있죠.
절판 소식이 안타까운 이유는 재고가 일시적으로 소진된 상황을 뜻하는 품절과는 달리 해당 출판사가 영영 한 책을 발행할 수 없거나, 발행하지 않기로 했음을 뜻하기 때문인데요.(간혹 절판되었다가 복간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도서의 절판은 '저작권'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오늘 레터에서 편집자 티노가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니, 즐겁게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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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사담
편집자를 울고 웃게 만드는 저작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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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노예요.🦖
오늘은 편집자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벽인 저작권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반쯤은 푸념 같은 거예요.
편집자는 글보다 사진 앞에서 더 자주 멈춰 서는 것 같아요. 사진을 적당한 자리에 적당한 크기로 위치시키는 것도 손이 가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사진을 쓸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저자가 어디선가 찾아온 사진, 인터넷을 떠돌던 사진, 책이나 영상에서 발견한 사진의 출처를 찾아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증해야 하니까요.
지금 편집하고 있는 원고, 가제 『형태의 문화사』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서경욱 교수가 쓴 책인데요. 인간의 몸 형태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이유를 가지고 지금의 모습을 갖춰온 사물의 역사와 원리를 돌아봅니다. ‘형태’가 키워드인 만큼 온갖 사진이 다 들어가요. 그 절반 정도는 저작자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나 퍼블릭 도메인이고 꼭 필요한 사진은 저작자에게 연락해 상업 라이선스를 구매했죠.
늘 문제가 되는 건 출처를 도무지 알 수 없거나 저자가 이용 요청문에 답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영화 스틸컷을 책에 담고 싶은데 제작사가 폐업했고, 유통사는 ‘우리는 모른다’고 말하고, 감독도 은퇴해 연락을 안 받는다면? 어쩌겠어요, 사진을 빼고 문장을 뜯어고쳐야겠네요. 『형태의 문화사』에 대해서는 책이 나올 즈음에 다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사진이 많이 들어간다면 어떤 원고든 비슷한 벽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예술 작품은 이용하기가 까다로운데, 이게 출판의 현실을 크게 좌우합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저작자가 죽고 70년이 지나야 저작권 보호가 풀립니다. 서점 예술 코너를 들여다보면 고흐나 르누아르 같은 옛 작가를 다루는 책들만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현대미술을 다루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거든요.
해외 명화 저작권은 대부분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에서 관리해요. 그림 한 점을 이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요금이 15만 원꼴입니다. 중쇄할 때마다 다시 이용료를 내야 하고, 작가·재단·에이전시마다 승인에 걸리는 시간과 조건이 다르고, 일부 저작권자는 고해상도 그림 파일을 추가 구매해야 이용을 허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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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김선현 지음,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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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하는 사진이 열 장, 스무 장을 넘어서면 이미지 저작권료가 저자 인세를 뛰어넘는 순간이 옵니다. 결국 출판사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들만 다루게 되죠. 현대미술이 대중화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더군다나 저작권료를 먼저 출판사와 저자가 내고, 결국에는 독자가 내게 되니 책값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죠.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나 『작가는 살아 있다』처럼 현대미술까지 다루는 기획은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 현암사에서 옮긴 책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었습니다. 저자들은 오늘날 저작권이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문화 생산의 속도와 폭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죠. 아이디어도 기획도 수많은 허가 절차와 비용 앞에서 멈칫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자유 이용 이미지를 제공하는 분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자유로운 창작과 출판에 숨통을 틔워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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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데이비드 벨로스·알렉상드르 몬터규 지음, 현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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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상황이 신간을 출간할 때만 벌어지는 게 아닙니다. 저작권 시스템은 출판의 앞날뿐만 아니라 이미 출간된 책들이 시장에 계속 남을 수 있는지도 결정해요.
얼마 전 김해인 편집자님이 쓴 책 『펀치』를 읽고 만화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었어요, 집 근처 새로 생긴 만화방도 가보고, 영화계에 몰아닥친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을 뒤따라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만화 『모야시몬』이 일본에서 재연재된다는 소식을 마주했습니다. 균을 눈으로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주인공 사와키가 농대에 입학해서 우왕좌왕하는 이야기인데요. 중고등학생 때 이 만화를 보면서 대학 생활에 대한 꿈을 품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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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해야 마땅하다고 여겨 각종 OTT와 온라인 서점을 찾아본 결과, 책은 이미 절판됐고 애니메이션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판권 계약이 끊어진 모양입니다. 집에 만화책 한 권 없는 티노가 전권을 소장하려고 결심한 첫 만화책이 절판이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중고책을 찾아봐도 책등에 딱지가 붙고 커버는 너덜너덜한 만화방 출신밖에는 없습니다.
마침 지난주 독자님으로부터 문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6권이 출간되었는데, 번역 일정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었어요. 5권까지 출간했지만 이미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더는 찍지 않기로 한 책이었기에 담담하게 출간 예정이 없다고 답변했지요. 난처한 듯 말을 되뇌는 독자님께, 저 역시 난처한 목소리로 판매량이 부진해 이전 권들도 절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바라던 책이 절판된 심정을 오늘 고스란히 되돌려받은 셈입니다.
절판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엔 갑작스럽지만, 편집자에게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에요. 중쇄 기록, 판매 추이, 판권 비용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다음 쇄는 어렵겠다’ 하며 마음속에서 작별을 고합니다. 책은 저작권의 집합체고, 저작권 유지에는 돈이 듭니다. 돌아오지 않는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독자가 작품에 닿을 수 있는 시간과 방식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체감하게 되네요.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특히 수많은 작품을 고화질로 업로드해 무료로 제공하는 전 세계의 미술관과 도서관에 감사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소장품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공개해 사진의 상업적 이용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형태의 문화사』에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담았어요. 이런 오픈액세스 자료가 없었다면 수많은 교양서와 예술서를 기획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편집자의 일은 눈에 안 보이는 영역에서 이루어지지만, 그중에서도 저작권 관리는 가장 조용하고 완강한 부분입니다. 사진 한 장을 찾으려고 한참을 헤맨 뒤 저자에게 ‘사용 불가’라는 비보를 전하는 순간도 있고요. 누군가 기꺼이 공유한 이미지 덕분에 책이 더 풍성해지기도 합니다.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장치지만, 너무 복잡한 장치는 결국 작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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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소식
과학이 기후 위기에 맞서는 법
과학책방 갈다 이은지 박사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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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시대, 이해하고 행동하는 기후 스마트 세대는 누구인가"
2025년 12월 14일 (일) 오후 2시,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지구 관찰자의 기후 노트』 저자 이은지 박사님의 북토크가 열립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NASA의 '지구 관측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 등 과학이 기후 변화를 기록하는 법부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상용화 될 과학 기술에 대한 전망까지 이은지 박사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후 스마트 세대'가 되는 법을 탐구해봅니다.
✅일 시 : 12월 14일 (일) 오후 2시 📝신청기간 : ~ 2025. 12. 12(금)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선착순 마감됩니다. 💻신청방법 : 갈다 홈페이지 galdar.kr 🏡장 소 : 과학책방 갈다(종로구 삼청로10길 18) 💰참가비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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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 어떠셨어요?
다음 레터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나
부족한 점을 함께 적어주시면
곰곰🐻 위니🍯 티노🦖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비블리오테카는 격주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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