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위니입니다. 🍯
이제 슬슬 여름 냄새가 나기 시작했네요. 한길사가 자리를 잡고 있는 파주 출판도시는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때가 바로 이 즈음이에요. 따끈한 햇살을 맞으며 걷다 보면 온몸이 살균되는 듯한 기분이거든요. 님도 봄이 주는 마지막 선물, 푸릇한 초록을 마음껏 만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축축해지기 전에요! |
|
|
📌 CONTENTS 📌
COVER STORY I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기
신간 소식 I 『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
|
|
|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습니다. 5월을 떠올리면 가정의 달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5월의 광주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980년 5월, 고립된 도시에서 그 누구보다 외로웠을, 하지만 동시에 결코 외롭지 않았을 사람들이 떠올라요. 저는 그들의 마음과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아주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 년에 두어 번 광주를 찾는데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월의 광주를 여러분께 소개해 볼까 해요. 독자 여러분이 저의 마음을 가이드 삼아 광주 여행을 결심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네? 광주 사람이냐고요? 아뇨, 명예 광주 시민인데요. 어흥.
5.18 사적지를 도는 여행을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518번 버스를 타는 거예요. 광주 곳곳을 굽이굽이 도는 버스라서 그리 효율적인 노선은 아니지만, 번호에서 유추할 수 있듯 대표적인 5.18 사적지를 모두 경유하거든요. 여러분이 꼭 가 보셨으면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요. |
|
|
첫 번째는 바로 국립5.18민주묘지예요.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추모탑 주변으로 빽빽한 봉분들이 보여요. 가족들이 망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같은 묘비의 문구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들도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에요. 같은 날에 눈을 감은 많은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날이 좋은 날, 혹은 좋지 않은 날 산책 삼아 들러 보시길 권해요. 추모탑 앞에 헌화도 하고 묵념도 하고요. |
|
|
두 번째 공간은 전일빌딩245입니다. 묘지가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라면 전일빌딩은 그 자체만으로 ‘증거’예요. 빌딩 이름 뒤에 붙은 숫자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전일빌딩 시멘트를 파고든 탄흔의 개수예요. 위에서 아래를 향해 파고든 수백 개의 탄흔을 보고 있으면, 권력의 잔인함 앞에 숨이 턱 막힙니다. 광주의 5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설명해 둔 전시도 꼭 보고 가세요. |
|
|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곳은 옛 전남도청입니다. 전일빌딩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너른 광장이 있어요. 제가 방문했던 작년 여름만 해도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5.18 46주년을 맞아 이번에 개관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광주 시민들의 최후의 항전지, 그 공간이 드디어 1980년 5월의 모습으로 되살아납니다. 저도 올해에는 꼭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에요.
누군가의 기억은 기록이 됩니다. 마침 이 계절에, 그 시절의 기억을 온몸으로 버텨낸 두 사람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어요. 소개해 드릴게요.
|
|
|
감옥 안에서 못으로 종이를 꾹꾹 눌러 글씨를 쓴 사람이 있었습니다. 펜도 종이도 허락되지 않고, 심지어는 면회의 내용조차 감시당하던 그곳에서 그는 몰래 면회 온 아내의 손에 메모를 쥐어 줍니다. 그리고 아내는 그것을 품에 안고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은 1976년부터 1982년까지, 김대중이 수감되어 있던 시절 감옥 안팎에서 남긴 기록을 엮은 책입니다. 옥중 메모와 편지, 이희호의 면회 메모와 국내외 인사들에게 보낸 친필 편지가 최초로 공개돼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인동초'라는 김대중의 별명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엄혹한 겨울을 버텨내고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인동초, 우리는 그 꽃에 주목하지만 어쩌면 '겨울'에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김대중의 투쟁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어요. 감옥 밖에서 이희호는 박정희에게 편지를 쓰고, 에드워드 케네디에게 도움을 청하고, 빌리 브란트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두환에게 경고의 편지를 보내도록 이끌어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가족에게 허락된 단 10분의 면회 시간 동안 김대중에게 국제 정세와 물가, 외교 현안 등을 쪽지에 압축해 전달했고요. 감옥 안의 김대중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건, 감옥 밖의 이희호가 있었던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던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월을 맞아 기록을 기억하기 위해 나온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이, 많은 분들께 가닿아 읽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
|
이번 레터 어떠셨어요?
다음 레터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나
부족한 점을 함께 적어주시면
곰곰🐻 위니🍯 티노🦖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비블리오테카는 격주 연재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