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S 📌
COVER STORY I 짧은 밤을 지새울 이야기들
신간 소식 I 도종환 산문집 『상처와 결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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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짧은 밤을 지새울 이야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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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노예요.🦖
밤이 덥네요. 아직 본격적으로 덥지는 않지만 벌써 하지가 지났어요. 이제는 아침마다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합니다.
일요일에 여름맞이 쇼핑을 했어요. 여름옷을 산 건 아니고요, 서점에 가서 책을 샀어요. 여름만 되면 무서운 이야기에 손이 갑니다. 진을 빼놓는 더위에 쉬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자극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니까요. 밤이 짧으니 어두운 이야기에 끌리는 걸지도 몰라요. 요즘에는 괴담도 블로그와 게시판을 떠나 유튜브로 많이 넘어가더라고요. 나만의 순서와 속도로 읽고 싶은 티노에게는 슬픈 일입니다. 골라온 책들을 같이 봐요. 충격적인 소재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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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할란 엘리슨 지음, 이수현 신해경 옮김,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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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샀어요.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닌 SF 소설가 할란 엘리슨의 책인데, 절반 정도 읽었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남성이 연쇄살인마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고, 낙태된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의 시신을 찾아 하수구로 내려갑니다. 표제작은 전지전능한 인공지능 AM이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인간 다섯을 영원히 고문하는 이야기예요. 1967년에 쓰인 소설인데 어디에나 인공지능이 쓰이는 지금 읽으니 또 묘하네요. 오늘날 익숙한 소재도 많지만 여전히 충격적으로 비참하고 잔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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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리』, 후지모토 타츠키 지음, 학산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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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생인 동생에게 주려고 사서 먼저 읽었어요. 영화를 찍는 고등학생 이야기입니다. 티노는 뒷맛이 개운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여운을 상쾌하게 날려버리는 폭발 엔딩도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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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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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퍼센트 정도 읽었어요.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모든 동물에게 퍼진 뒤, 사람이 사람을 먹게 된 세상을 그린 소설이에요. 주인공은 인간 가공 공장에서 일합니다.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식인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리지 않고 일상적인 산업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사람을 사육하고 가공하고 판매하는 과정이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요. 이야기하다 보니 마빈 해리스의 『식인문화의 수수께끼』가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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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정도영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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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해리스는 문화인류학자인데요. 제목만 보면 식인 풍습을 묘사하는 책 같지만, 실은 식인을 예로 들어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합니다. 식인과 인신공양이 이뤄진 아스테카를 예시로 삼는데요. 해리스는 빙하기가 끝나면서 말과 양, 토끼까지 모두 멸종한 멕시코 고원에 인간 말고는 먹을 고기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가축 없이 대도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식인문화가 발달했다고 본 거죠.
해리스는 문화가 물질적 조건 위에 세워진다는 관점을 내놨어요. 관습은 무얼 먹고 어떻게 생산하는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또 한계에 부딪힌 체계가 새로운 체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어요. 수렵채집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없으니 농경을 시작했고, 빗물만으로는 농경에 한계가 있으니 치수가 중요해지고, 마을 단위로는 효율적으로 치수할 수 없으니 국가가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자원과 환경에 제약이 생기면 인간 사회는 아주 민첩하게 움직여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육질은 부드러워』도 나름 현실적이네요. 인간을 먹는다는 설정보다도 사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금기도 바뀔 수 있다는 발상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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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자』, 『어렴풋한 부티크』, 조르주 페렉 지음, 조재룡 옮김, 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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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얘기를 너무 오래 했나요? 아무튼, 조르주 페렉 책도 두 권 집어 왔어요. 『잠자는 남자』랑 『어렴풋한 부티크』예요. 『잠자는 남자』는 이인칭으로 무기력한 주인공의 일상을 그리고 있고, 『어렴풋한 부티크』는 페렉의 꿈일기입니다. 슬슬 더위가 지겹고, 앞으로 더 질릴 예정이니까요. 산 책들을 늘어놓고 보니 주로 교훈을 얻거나 결론을 낼 필요가 없는 책들이네요. 이것들 말고도 몇 권을 더 샀는데,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인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그리고 악보집이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수요일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갈 거예요. 미리 많이 샀으니, 이번에는 빈손으로 가서 빈손으로 오는 걸 목표로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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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 등으로 수백만 독자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온 시인 도종환이 산문집 『상처와 결별하기』를 펴냈습니다. “자연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인간을 자연처럼 이해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그가 오랜 시간 써온 산문들을 한 권에 모았습니다.
“초록은 회복력이 뛰어납니다. 초록을 만나면 이제 완연하게 제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불로 전부 타버린 숲이 이듬해 곳곳에서 새싹을 틔우듯, 상처받은 자리에도 초록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상처를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는 그의 태도는 자연의 초록을 닮았습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말을 빌려, 회복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확실하게 결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불에 탔다 다시 지은 절 앞에서 마음의 법당을 한 칸씩 다시 짓자고 다짐하는 첫 글에서부터, 상실과 슬픔, 나이듦의 이야기를 거쳐, 우리가 삶에 남기는 흔적의 의미까지. 그의 산문은 작고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해 삶 전체를 조용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영원한 서정 시인 도종환의 상처에서 회복으로 가는 길 📚『상처와 결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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